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2024 아워세트 : 성능경×이랑
전시기간 |
2024-04-26~2024-08-04
(관람시간 10:00 ~ 18:00)
※관람시간 1시간 전까지 입장이 가능합니다. |
전시부문 | 기획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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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 |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 작가 | 성능경, 이랑 |
주최 | 수원시립미술관 | 후원 | - |
관람료 | 무료 | 전시문의 | 031-228-4195 |
특이사항 | - |
《2024 아워세트 : 성능경x이랑》
시각계와 청각계
《2024 아워세트 : 성능경x이랑》은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창작자가 만나 협업을 제시하는 ‘아워세트(Our Set)’의 형식과 조건에서 출발한 전시입니다. 2022년에 이은 세 번째 전시가 형식상 반복에 그치지 않도록 올해는 현대미술과 대중음악으로 범주를 넓혔습니다. 시각계와 청각계라는 서로 다른 감각계 안에서 성능경과 이랑의 궤적을 읽어내는 것이 전시 기획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떤 계(界)이든지 계보와 제도는 중력으로 작동합니다. 한국 실험미술을 주도한 1세대 전위예술가 성능경(1944~)은 이 중력 때문에 “80대 신예 원로 예술가”[1]라는 별칭을 얻었고, 인디 뮤지션의 음악만큼이나 독보적인 행보로 무장한 이랑(1986~)은 “마이너계의 메이저”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40여 년의 나이 차를 떠나 두 창작자의 궤적을 같은 궤도에 올려놓는 것은 평행우주를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두 사람
성능경과 이랑은 세대와 매체, 장르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역에 고정되지 않는 창작이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성능경은 1970년대부터 비물질 예술을 실험하기 위해 사진•드로잉•행위•설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탈장르를 선보입니다. 이랑은 각자도생의 시대에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노래하며 글•영상•영화•만화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활동합니다. 이러한 다종다양은 자칫 중심 없는 나열로 오인당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형식과 문법을 구축하기 위한 실험을 추구하는 예술가로서 자각과 인식이 선행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틀을 벗어난 전위적인 예술가의 변주는 특정 계(界)나 제도 비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자각과 상충하는 시대로부터 벗어나는 탈주이기도 합니다. 가장 비(非)미술적인 것으로 미술을 수행하는 성능경이 독자적인 형식의 퍼포먼스에 도달한 것은 물질주의 시대를 비물질로 탈주하려는 예술가의 몸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호명된 세운상가에서 전시명 《멋진 신세계》를 비틀어 “미친 신세계(Crazy New World)”를 외쳤던 성능경의 퍼포먼스와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경매에 부쳤던 이랑의 수상 소감 퍼포먼스는 맞닿아 있습니다. 자본과 예술을 횡단하는 예술가의 몸이 두 사람을 잇습니다. 당연함에 의문을 제기하는 유희, 침묵에 저항하는 목소리, 평범함을 길어 올리는 행위, 자본과 예술을 횡단하는 몸은 자본주의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지 않는 예술이 가진 힘, 그 본질로 향하는 방법론입니다.
한 공간
1974년부터 2024년까지 길게는 50년의 시간차를 둔 미술과 음악을 마주 놓았을 때, 작업과 작업이 서로에게 기대어 때로는 각주처럼 때로는 (불협) 화음처럼 관계망을 쌓고 그 안으로 관람객이 들어가는 순간. 시각과 청각의 겹침과 멀어짐은 이번 전시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관람객이 도착하는 순간 즉각적인 동기화가 가능한 소리의 현재성, 혹은 이미 흘러나오며 마중하는 소리의 미래성을 이용해 공간에 기획의 단서를 심어 놓듯 배치하면서 네 개의 장면을 구성하였습니다.
네 개의 장면
첫 번째 장면 ‘가깝거나 먼’은 두 사람의 나이 차인 40여 년의 세월 동안 변하지 않은 사실인 한반도 분단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성별이
달라서, 세대가 달라서, 지역이 달라서, 정치성향이 달라서, 다름이 충돌하는 분열의 시대는 어쩌면 전쟁이
남긴 상흔이 아닐까요. 이랑의 <임진강>과 성능경의 <백두산>은
남과 북의 공간축을, 성능경의 <대동여지도:통일Korea>, <통일 코리아 오색 국기 시안>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통일이 예견된 미래의 시간축을 암시함으로써 관람객은 보이지 않는, 심리 영역의 시공간축으로 입장하게 됩니다. 성능경의 <석도철전>과 〈S씨의
반평생>은 거시사와 미시사, 대서사와 소서사를 암시하는
역사축으로서 양 끝에 놓이고 그 중간지점에서 관람객은 이랑의 <어떤 하루를 보냈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를 무선 헤드폰으로 들으며 물리적 거리, 시간
차이, 심리 관계를 포괄하는 ‘가깝거나 먼’의 상대성을 거닙니다.
두 번째 ‘편집술’은 민중미술과 민중가요라는 계보로 속단하기 전에, 부조리한 시대가 작동하는 방식 그대로 되먹이는 두 사람의 방법론이 대구를 이루는 장면입니다. 성능경이 잘라내고(<신문읽기>), 뒤섞어 가리고(<8면의 신문>), 구두약을 까맣게 칠하고(<Nonsense 美術>), 하얗게 찍어내며(<현장> 연작) 만든, 맥락이 제거된 서사의 여백을 이랑의 우화 같은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가 채웁니다. 1970년대 만연했던 검열처럼 신문기사를 면도날로 도려낸 성능경의 <신문읽기>와 21세기식 마녀 사냥의 폭력성을 배척당하는 자의 외침으로 되갚는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는 흥미롭게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명쾌한 용기로 45년을 넘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세계를 재편하기 위한 두 사람의 편집술을 마주보게 합니다.
세 번째 ‘분신술’은 두 사람이 경계를 넘어서는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랑은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부터 곡을 만들며 청각(노래)을 시각화하는 미디어(뮤직비디오)로서 영상을 다룹니다. 성능경은 다른 사람과 협업하거나 작업의 참조점을 밝히면서 창작자라는 유일무이한 원작자의 위상을 흔듭니다. 이러한 차이와 음악과 미술의 매체성 차이를 공간 배치에 적용했습니다. 시간 베이스의 영상과 음악은 하나의 스크린과 개별 헤드폰으로 시간의 흐름을 담았습니다. 공간 베이스의 미술은 전시 공간에 성능경의 생활 공간을 보이지 않게 겹쳐 놓았습니다. 주방소품을 사용한 <쿠킹호일맨>, 화장실에서 탄생한 <손씻기>, <밑 그림>, 집안과 밖이 담긴 〈S씨의 하루>, 옥상에 있던 <입체미술>, 거실에걸렸던 <잡동사니>, 안방을 찍은 <착란의 그림자:안방>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경계를 투사합니다.
네 번째 ‘시간예술’의 장면은 두 사람의 성실한 수행성입니다. 동아일보에 실렸던 생활영어를 매일 공부하며 작업한 성능경의 <그날
그날 영어>와 자신과 주변을 빼곡하게 기록한 글과 그림으로부터 나온 이랑의 앨범들을 마주놓아 누적된
시간을 가시화했습니다. 또한 자본과 시스템 밖에서 스스로 제작과 유통,
홍보 방식을 수행하는 인디 뮤지션 이랑과 예술시장과 제도권 밖에서 독자적인 퍼포먼스 형식에 도달한 성능경의 생존의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고군분투는 <시축문 불 부채질>에 써진, 신을 향한 성능경의 농담처럼, 죽음을 초월해 삶을 내려다보는 이랑의 <나는 삶을 살았습니다>처럼 비극적이지 않습니다. 하,
호, 히, 헤 웃음소리로만 써진 이랑의 <웃어, 유머에>를
끝으로 관람객은 마지막 장면을 빠져나옵니다.
혹은
‘아워세트’는 두 작가의 이름을 나란히 쓰는 것으로 전시명을 대신합니다. ‘성능경이랑’으로 전시제목을 말했을 때, ‘이랑’ 이름이 갖는 접속부사 같은 착각과 명랑함이 ‘혹은’이라는 가능성의 세계처럼전시 입구를 열어줍니다. “같은 1년의 길이와 거주 가능한 조건을 공유하는 두 개의 세계를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 하나의 행성이 같은 궤도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다.”[2] 같은 조건을 공유하는 두 개의 세계가 과학계에서 놀라운 발견인 것처럼 서로 다른 계의 창작자를 하나의 궤도로 연결하는 것은 확률이 희박한 만남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궤도를 측정하는 정교한 방법이 뒷받침되어야 했으나 과학계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증거들처럼 이번 전시에서는 미처 엮어 내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이 남아있습니다. 개념미술가로서 형식과 구조, 논리가 작업 제목으로 함축되는 성능경의 언어 감각과 싱어송라이터로서 말의 리듬을 다루는 이랑의 언어 감각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아침에 눈을 떠서 눈감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시청각미디어에 노출되는 시대에, 시각과 청각을 따로 또 같이 사유할 수 있을까요. 어디서든 스트리밍 가능한 시대에 구태여 특정 전시에서 듣는다는 경험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미완의 발견은 ‘혹은’이라는 가정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세계처럼 열려 있습니다.
작가소개
성능경(1944년생)
성능경은 반세기 동안 나다운 예술을 하기 위해 남이 걷지 않은 길을 걸어온 1세대
전위예술가입니다. 1970년대부터 틀에 박힌 미술에서 벗어나 대중매체인 신문, 잡지, 사진, 카탈로그의
속성을 해체하는 탈물질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내밀하고 사적인 삶과 예술 행위를 구분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은
미술의 아우라를 벗겨내며 우리를 유희의 개념미술로 이끕니다. 결론을 유보하고 행위의 과정을 이어가는
퍼포먼스, 드로잉, 사진,
설치 작업은 자본주의에 종속되지 않는 예술가의 삶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랑(1986년생)
이랑은 우리 앞에 놓인 고통, 가난,
죽음, 슬픔, 불안을 기꺼이 직시하며 노래의
쓰임을 고민하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눈 돌리지 않고 우회하지 않는 솔직함은 위로에서
나아가가 연대하는 힘을 갖습니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로서 노래 외에도 만화, 영상, 영화, 글처럼
다양한 매체를 다루며 한 가지 영역에 고정되지 않고 창작합니다.
[1] 한겨레 신문, 「80대 신예 원로예술가 성능경 “이제 뜰 일만 남았습니다”」 2023.5.28 기사, 노형석 기자
[2] 테크튜브 「두 개의 행성이
같은 궤도 공전하는 ‘트로야 행성’은 실존하나」 2023.7.23 기사, 이재탁 기자
◆ 관람 시 유의 사항
※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관람료는 무료이며, 주차는 수원컨벤션센터 주차장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주차료 유료)
※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관람시간은 10:00~18:00이며 17:00까지 입장 가능 합니다.
※ 미술관에 관람 예절 안내판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확인 후 안전한 전시 관람 되시길 바랍니다.
※ 관람 예절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입장 제한될 수 있습니다.
※ 미술관 자원봉사자들은 작품의 안전과 관람자들의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하시는 분들입니다. 상냥하게 대해주세요.
※ 안전한 전시 관람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관람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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